박귀환 목사

목사로서 예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목사님은, 충남 아산 생명샘동천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아산경찰서 경목, 천안아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아산외국인노동지원센터, 아산시동부노인복지관 이사장 등으로 빛과 소금처럼 세상의 선한 이웃으로 살아가고 계신다. 경찰인재개발원 공일환집사가 섬기는 교회이기도 하다.

오래 전 서울교회에서 교구목사로서 심방을 하는데 아주 어려운 가정을 심방했습니다. 논현동의 지하실에 사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힘든 가정환경에서 마음을 열고 맞이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심방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제 손에 뭔가를 쥐어 주셨습니다. 거절하고 뿌리치려고 해도 눈물을 글썽이면서 끝까지 제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이런 말을 해 주셨습니다.

“목사님 저는 목사님이 저의 집에 심방을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마치 예수님이 저희 집에 심방을 와 주신 것 같아서 심방을 준비하면서 너무 기뻤습니다. 목사님 이것은 제가 며칠 동안 폐지를 주워서 모은 거예요. 꼭 한번 식사를 사드리고 싶은데 그것도 힘들어서 목사님께 식사 대접하는 마음으로 모은 거니 거절하시면 안 됩니다. 꼭 받아주세요.”

이 말이 목구멍에 탁 걸려왔습니다. 얼굴 표정을 보니 거절하면 상처를 받으실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할머니의 얼굴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때 주님이 제게 이렇게 말씀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귀환아 나는 네가 연약하고 힘든 이 가정에 심방을 와 주어서 고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받았습니다. 제 눈에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그 당시 고향에 계시던 저의 어머님이 생각났습니다.

며칠 동안을 거리를 다니면서 폐지를 주우시는 모습이 제 눈에는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할머니 마음 중심에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목회자의 심방을 예수님의 심방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이 울컥했습니다. 그 울컥함이 목회자인 저를 철이 들도록 만들었습니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고 가난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심방조차 제대로 받기 힘든 분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받은 봉투 속에 든 10,000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습니다. 그 돈을 바라보는데 다시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바로 미국을 다녀오신 분이 제게 선물하신 영양제를 다락방장님을 통해 출처는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할머니께 보내 드렸습니다. 그 봉투를 가지고 때로는 제 품에 품고 다니고 때로는 제 서랍장에 보관하였습니다. 목회자로 철이 들게 한 할머니의 1만 원은 제게는 천만 원보다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1만 원을 통해 주님의 마음을 느끼고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음이 감사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저를 목회자로 철이 들게 하신 성도님들께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어떤 목사님들은 부자들만 만나고 꾸준히 관리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실제로 그런 분들을 몇 분 보기도 했었는데 참 서글픈 일입니다. 그 자체로 망한 목사란 생각이 듭니다. 그 할머니와의 경험은 제 목회를 바꾸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심방할 때 식사대접으로 메뉴를 묻는 말에 국수나 수제비를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부담 없이 1만 원이하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실제로 성도님들과 부담 없이 먹는 그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1만 원은 그렇게 지금까지도 마음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매년 가정의 달 오월이 오면 저를 예수님의 제자로 서게 하는 한 폭의 목회단상(牧會斷想)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관 여러분에게도 이러한 순수한 초심(初心, the first)을 잃지 않고 열심(熱心, the best)을 다하여 뒷심(完走, the last)까지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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