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장로

TV방송을 통해 하나님 주신 목소리와 평안한 모습으로 서울의 아침을 여는 전파선교사이다. 오랬동안 서울경찰연합회와 서울경찰청 선교회 총무로도 함께했다. 경찰선교에 앞장서는 장로님 금년에 서울경찰청 종로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으로 영전했다.

 

 “아침 교통정보입니다. 날씨만큼 좋은 일로 가득 찬 하루 되시길 바라면서 서울 도심 외곽부터 보시겠습니다.”

 아침마다 도로 정체 상황을 알려주며 서울 시민들의 출근길을 응원하던 익숙 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지난달 28일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얼마 전 진급을 하면 서 2004년 시작한 KBS 아침방송을 마치게 된 이정환(55·경감) 서울 종로경찰 서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은 모니터 너머 시민들에게 씩씩한 거수경례로 작별 을 고했다. 17년 6개월,‘장수 아나운서’못지 않는 방송 경력을 자랑하는 이 팀장은 새해 들어 교통경찰 업무를 떠나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데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출입통제 구역이 된 종로서 112치안종합상황실 대신 널찍한 강당에서 23일 만난 이 팀장은“적지 않은 세월이었던 만큼 시원섭섭, 만감이 교 차한다”면서“시민들의 다급한 신고에 총력 대응을 하는 실시간 상황실 업무의 매력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 5시에 나와 방송을 진행한 뒤 교통정보센터의 다른 행정 업무를 겸행하던 이 팀장의 일상은 주·야간 근무 가 교차하는 상황실의 삶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교통정보도, 112상황실도 시민 가까이에 있다는 점은 같다며 이 팀장은 웃었다.

 17년 넘게 출근길 교통정보를 전한‘베테랑 교통경찰’이정환 서울 종로경찰 서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이 새로운 근무지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그간의 소회 를 밝히고 있다. 박지환 기자

 1분 남짓의 원고를 매번 직접 준비한 이 팀장은 출근길 시민들의 삭막한 마음 을 달래는‘오프닝 멘트’로도 유명하다. 한 번은 사명대사의‘눈 덮인 들판 함 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내용의 시를 인용해 어른들이 교통 법규를 준수하는 모범을 보이자는 얘기를 전했다. 그 날 PD가 따로 전화를 줄 정도로 스튜디오가 술렁였다는 후문이다.

 숱한 팬레터와 응원글을 받아온‘스타 경찰’이지만 진짜 기억에 남는 시민이 따로 있다. 10년 전쯤 이 팀장에게 두 차례 회색 양말을 보내온‘양말 할머니’ 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할머니는 이 팀장에게“가난을 못 이겨 해외로 입양 보 낸 아들이 생각난다”며“친근하고 아들 같은 경찰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전하 며 양말을 보냈다. 언제부턴가 양말 선물이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한참 지나 연로 한 부모님의 아들이자 장성한 아들의 아버지가 된 뒤에야 할머니가 다시 떠올랐 다는 이 팀장은 양말을 다시 꺼내 구멍이 뚫릴 때까지 신었다.

 이 팀장은“교통방송도 112상황실도 어떻게 말을 전해야 시민에게 가장 빠르 게, 적절하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며“누군가 알아주 지 않더라도 현장 경찰들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금의 자리에 뿌듯하고 만족한다”고 전했다.(서울신문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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