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엽 목사

서울청 서대문경찰서교회 경찰선교사로 22년째 경목실사역을 감당하며 수요예배와 금요열린모임, 의경예배, 교경협의회 협력사역 등을 감당하며 돌아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는 행복한 경찰선교사이다.

서대문경찰서 경목실 사역의 시작은 1972년에 경목회를 조직하였고 사무실에 현존하는 역사적 기록물들을 참고해 볼 때 1982년 최해일목사님이 제10회 회장으로 선출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1966년 서울청으로부터 시작된 경목회의 시작보다 조금 늦게 조직되었으나 2021년 올해 49회 총회를 개최하였으니 50년이 다 되어가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중 22년째 이 부족한 사람이 경목실 사역을 감당하며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인하여 여기까지 왔으며 나의 나된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 사도바울의 고백을 나의 고백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처음 경목실에 출근하며 첫 수요예배를 드리기 위해 순서지를 만들고 출력하여 각 과에 속해 있는 신우들을 직접 찾아가서 전달해 주었다. 마침 경무계에 굉장히 열심 있는 믿음의 형제가 있었는데 이점록회원 이었다. 순서지를 전해주자 “이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선교회가 없어질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안모여요…” 나는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마음속으로 “당신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절대 없어지지 않아요”라는 믿음의 확신이 들었고 열심을 내어 수요예배를 꾸준히 드렸다. 선교회를 간절히 사랑하는 그분을 주축으로 선교회는 너무나 재미있게 모이기 시작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예배를 드리는 것이 왜 그리 기쁘고 감사한지 나는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늘 기쁨과 감격에 찬 예배를 드렸다. 수요예배 외에도 금요 열린모임과 의경들의 시간에 맞춘 의경예배 등 또 지역교회들과의 연합사역, 지역의 어려운 자들을 돕는 일등 경목회와 교경협의회 조직을 넘어서 오히려 교회연합 사업을 더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서대문지역의 목사님들의 경목실 사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학졸업 후 15년간 교회 사역만 하였기에 공직자들의 직장선교라는 특수선교지는 처음 접하는 특별한 곳이었다. 교회와 달리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이며 법질서를 집행하는 조금은 경직된 분위기의 경찰서에 성령님이 역동적으로 역사하고 계시다는 사실에 언제나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주의 자녀들이 부서마다 소속되어 있어서 이곳을 선교의 터전 삼으셨다는 이 사실이 늘 감격적이다.

비록 20명도 안되는 인원이 모여서 매주 수요일 정오에 예배당도 없이 회의실에서 예배를 드리고 함께 점심을 나누는 것이 전부였지만 나는 교회공동체의 기쁨과 성도의 교제를 통하여 주님 앞에 나아가는 보석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경찰공직자들을 바라보며 열정으로 사역하기에 충분하였다.

경찰서에 경목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들이 여럿 있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직장을 통하여 하나님의 자녀들이 생계를 이어가게 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의지해야 한다는 것과 직장에서와 교회에서 또 가정에서 하나님의 백성 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삶과 신앙의 균형을 잡아가는 신앙인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직장은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지라는 의식의 전환과 그러므로 자신들이 그 직장에 파송된 선교사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사명을 이루어나가도록 돕고 함께 동역하는 센터로서의 경목실이 경찰서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본다.

교회의 담임목사님은 교인이 직장에 가서 어떻게 생활을 하는 알 수 없다. 마치 엄마가 자신의 자녀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날마다 눈뜨면 직장에 나와서 만나게 되는 그 사람의 직장생활에서의 모습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주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의 신앙의 수준도 예측을 하게 된다.

신우회에 들어오지 않고 아예 직장에서 잠수를 타는 신앙인들이 많다. 실제로 내가 크리스챤이라고 밝히는 사람은 관내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10분의 1이 안되는 수준이다(서대문의 경우). 직장생활을 끝날 때까지도 자신의 신앙을 숨기며 사는 크리스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경우 그들을 물 밖으로 인도해 내는 일이 의심 많은 도마 같은 사람을 인도하는 일보다 더 어렵다.

신우들은 나의 설교를 듣고 변화 받지 않는다. 나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변화된다.

경목실 사역을 하면서 내 자신이 먼저 영적 사람으로 변화되길 원했고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 속에 거하기를 소원하였던 것은 이 사역이 자칫 타성에 젖기 쉽고 느리고 더딘 선교의 행보를 견디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까 염려 되어서였다. 경목실 사역은 ‘나’라는 한 사람을 사역자로 길러내고 영적 사람으로 자라 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신우들과 더불어 서대문경찰서의 모든 사람들에게 까지도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도구로 사용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믿기에 오늘도 머리 숙여 겸손히 순종의 하루를 시작한다.

코로나로 더 깊이 침잠하는 신앙인들에게 눈에 보이는 활동을 활발히 하지는 못해도 끊임없이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신우들을 위하여 한명 한명 기도하고 말씀도 더 많이 보는 것을 목표로 하여 영적인 무장을 나름대로 해나가고 있다. 선교회의 임원들과 다섯 명 이하로 모여 매주 수요일 경목실에서 기도하며 성경통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서대문의 성령의 불쏘시개가 되기를 작정하고 시작하였다.

아이들의 키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으나 어느 날 보면 쑥 자라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영적 키도 날마다 자라나 더 많은 사랑으로 주의 자녀들을 품을 수 있는 깊이와 넓이를 갖게 되도록 기도한다.

“우리는 영적인 체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된 체험을 하는 영적 존재이다”

-뻬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뎅-(예수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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