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귀채 장로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이며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범죄피해자 보호 · 지원 정책 방향의 전환, 사회서비스 관련 법제의 개선 등을 통해 사회적약자인 범죄피해자들이 회복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섬기는 일을 감당하는 사명자이다.
어린 시절 차도 다닐 수 없는 좁을 논두렁 길로 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산 중턱에 외딴 교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을에서 교회를 다니는 유일한 사람은 초등학교 3학년인 나 혼자뿐이었다. 여름 장마철엔 논두렁 길을 따라 교회에 가다가 미끄러져 다치기도 하고, 겨울철 눈이 오면 길이 보이지 않아 발로 더듬어 가 며 주일학교 오전 예배와 손전등 하나 없이 저녁 예배, 수요일 밤 예배(당시에는 유 초등부도 저녁 예배가 있었음)를 드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주일학교에서 배웠던 하나님 말씀은 나에게 확고한 믿음이 되 어 요셉과 다니엘과 같은 꿈을 꾸게 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예배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였다.
나는 요즘 코로나로 인해 작은 교회에 그토록 귀한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는 안타 까운 현실 앞에 스스로 믿음을 돌아보며 크리스천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찾 아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어린 시절 암울했던 상황에서 하나님은 나를 부르시고 믿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꿈을 꾸게 하신 일을 생각했다.
당시 하나님은 어린 나에게 예배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주셨는데 그때 일을 기억나게 하시며 크리스천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면 예배를 회복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얼마 전 설교시간에 한 교회 목사님께서 교회 성도가 비대면 예배 첫 날 정갈한 의복과 경건한 마음으로 가정에서 예배를 드렸으나 나중에는 잠옷을 입고 예배를 드렸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물론 의복으로 예배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 다. 그러나 우리를 창조하시고 왕 되신 거룩하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그분으로 인해 기뻐하는 예배의 회복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최 고의 표현일 것이다. 진정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준비된 예배가 되지 못한다 면 예배는 나를 만족시키는 하나의 종교행사에 불과할 것이다. 언택트 시대 크리스 천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비결은 진정한 예배의 회복이다.(“그러므로 형제들아 내 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 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