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목사
경북 울산경찰청장, 경찰청 수사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경찰선교회 대표로 15만 대한민국 경찰복음화에 앞장서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뜻한다. 이는 지배층이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noblesse) 만큼 의무(oblige)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 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행위 가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고 대 세계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 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 단으로 여겨져 왔다. 1,2차 세계대전 시 영국 귀족의 1/3이 전쟁터에서 전사하였다. 특히 영. 불 연합군 과 독일군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하루 수천 명씩 죽어가며 싸운 솜강 전투에서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학생들이 자원입대하여 자유와 평화를 위해 기꺼이 희생되는 길을 택하였다. 이 두 학교는 종전 후 학 생의 부족으로 학교 문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삶으로 보여준 고귀한 사례 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유사 이래 천여 회의 외적의 침입을 받은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에서 양반 사대부가 노 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사례는 서구에 비해 그리 흔치 않다. 이와 같이 지배계층의 취약한 도덕 성에도 불구하고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국가로 존재할 수 있음은, 백성들의 처절한 애국심과 이민 족의 억압을 견디지 못하는 독한 자주(自主)의 민족혼이 우리의 피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의 의병이나 일제 치하의 독립군의 활동을 보면, 국가의 위기 앞에 전 재산과 자신과 가족의 안위까지도 초개같이 던져 국난을 극복하려 했던 민초들의 결연한 실천 의지가 있었다. 이것이 오늘의 자유 대한민 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작금에 우리 앞에 펼쳐지는 현상을 보면 이 나라가 과연 이성이 작동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선과 악 이 구분되지 않아 몹시 혼란스럽다.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면면에서 국민이 존경하고 따 를만한 정상적인 사람은 눈에 보이지를 않는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꿈꾸어온 세상인지 되짚어 볼 수밖 에 없다. 법과 도덕, 양심과 문명에 대한 무차별적 도전으로 사회 전체가 도덕 불감증, 비법(非法)의 세계 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소수의 정치꾼, 법꾼, 사이비 글쟁이가 카르 텔을 맺어 수천억의 국민 재산을 해 먹고는 오히려 이를 질타하는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나 라, 민주화와 인권 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비양심, 비인격, 범죄의 중심에서 국민을 분노케 하는 사회, 심 지어 소시오패스(sociopath.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라고 비난받는 자가 국가 지도자가 되어 보겠다고 하 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오직 목표만을 보며 사는 분노의 인간에게 미래를 맡김은 미친 자가운전하는 차에 탄 것보다 더 우리를 절망하고 불안케 한다. 범죄혐의가 있어도 자기편은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검찰과 경찰의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권부의 요직에 앉아 국가의 공형벌권(公刑罰權)을 유린하고 있는 이 나라가 과연 정상 적인 나라인가?
정치인과 법조인은 특별한 사명을 받은 직종이다. 공익과 사회정의를 지키기 위해 특별한 권한을 위임 받은 천직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다른 직종보다 엄격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 으면 사회 모두가 큰 피해를 입는다. 추상같은 절개와 소신으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자들이 오히려 사익 을 위해 정의와 법치를 파괴하고 있다. 이들이 뒤바꾸어 놓은 선악의 개념 때문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자 신들의 악(惡)한 행동에 대해서 감각이 무디어진 자들을 성경에서는“양심(良心)이 화인(火印) 맞은 자” 라고 한다. 이들로부터 더 이상의 정신적 고문을 받지 않고, 정의와 양심이 살아 있는 정상국가로 회귀하 기 위해서는 국민이 깨어 기도하고 부르짖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