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핏자욱에선
꽃이 피어 – 사랑 꽃이 피어,
땅 끝에서 땅 끝에서
당신의 못자욱은 우리를 더욱
당신에게 열매 맺게 합니다.
당신은 지금 무덤 밖
온 천하에 계십니다 – 두루 계십니다
당신은 당신의 손으로
로마를 정복하지 않았으나,
당신은 그 손의 피로 로마를 물들게 하셨습니다
당신은 지금 유태인의 옛 수의를 벗고
모든 4월의 관(棺)에서 나오십니다.
모든 나라가
지금 이것을 믿습니다
증거로는 증거할 수 없는 곳에
모든 나라의 합창은 우렁차게 울려 납니다.
해마다 삼월과 사월 사이의
훈훈한 땅들은,
밀알 하나가 썩어서 다시 사는 기적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이 파릇한 새 목숨의 순(筍)으로….
(김현승 시인, 1913-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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