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만물은 부단하게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다. 그것은 인간 세계도, 국가라는 조 직도 마찬가지다. 그 변화의 순간에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서울 마포에 있는 절두산 천주교 성지를 가 보면 척화비(斥和碑)가 한강을 내려다보며 우리의 잠자는 역사적 인식을 깨워 준다. 이 비석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실권자인 흥선 대원군의 명령 하에 전국에 세워 진 것이다.“서양 오랑캐가 침범하여도 싸우지 않음은 곧 화친을 주장하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라는 대원군과 유림들의 확고한 입장을 표명한 격문비(檄文碑)이다. 세상은 함포를 앞세워 문호의 개방과 통상 요구라 는 큰 물결이 다가오는데 조선은 통상수교를 거부하는 쇄국의 길로 역주행 하였다, 그 결과 40여년 뒤인 1910년 8월 22일 우리보다 먼저 개방하여 산업화된 일본에 강제 합병되어 36년간 식민통치를 받는 수 모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나 일본은 비슷한 시기인 1853년 7월 미국의 패리 제독이 함대를 이끌고 와서 개항을 요구하자 이 듬해인 1854년 2월 미·일 화친조약을 체결하고 문호를 개방하였다. 서구의 군사적 위협을 느낀 일본은 하층 사무라이들이 주동이 되어 에도(江戶)막부를 타도하는 존왕운동(尊王運動)이 일어났다. 1867년에 는 700년에 걸친 무인들의 막부정치가 끝나면서 메이지(明治)왕권이 회복되어 개혁이 시작되었는데, 이 를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이라고 한다. 그 뒤 일본은 중앙 집권 체제 강화와 부국강병 정책을 폈으며, 근 대국가의 헌법이 제정되고 의회가 개설되었다. 일본의 정치세력들은 시대의 대세를 읽고 적극적으로 순 응함으로서“아시아를 넘어 구라파로 진입”(脫亞入歐)하려는 국가적 아젠더를 성취하고 군국주의·제 국주의로 치달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군사·산업 대국이 되었다.

 오늘날 국내외 정세는 급속히 변하고 있다. 국제정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북·중· 러 와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및 나토세력이 극명히 분리되어 신냉전 체제로 재편(再編)되고 있다. 그 리고 국내정세 또한 정치중심세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가 정치의 중 심부로 진입하여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87년 직선제 개헌으로 군부세력을 몰아내고 정치 의 중심부에 있던 86세대, 종북 주사파 운동권 세력의 종언(終焉)을 의미 한다. 이들의 30년이 우리에게 보인 무능과 위선과 내로남불과 패거리 정치에 국민들은 치를 떨고 있는 것이다. 신세대는 결정이 빠르 고 실력 있고 깔끔하며, 당돌할 정도로 도전적이다. 글로벌 스텐다드화(global standard)한 이들의 상큼 한 모습 쪽으로 권력의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다.

 현인(賢人)은 한 잎 떨어지는 오동잎을 보며 겨울이 옴을 예감하듯, 지금의 우리에게는 국내외 정세의 변화를 보며 미래를 예측하고 생존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특히 외생적 변수에 영향 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이는 인간의 지혜와 경험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직 말 씀에 의지하고 부르짖어 간구하며 하나님의 주권에 모든 것을 맡길 때, 우리 주님은 인간이 열지 못하는 시온의 대로를 열어 주시며, 천국 문을 열어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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