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 여”(마6:3절)

 얼마 전에 이런 뉴스를 본 일이 있습니다. 신호등에서 대기 하고 있는 차들이 신호등 불빛이 바뀌었을 때 앞차가 출발하지 않을 경우 몇 초 만에 뒤차가 경적을 울리는지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뉴스였습니다. 미국은 평균 7초를 기 다리다가 경적을 울렸습니다. 놀랍게도 일본은 10초가 걸렸습니다. 유럽은 아예 경 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딱 2초 걸렸습니다. 2초 가 지나니까 10대 중에 8대가 빵빵거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성격이 급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현실은 단지 성격 급한 것을 보여주는 문제가 아니라, 배려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 다. 상대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성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격학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새뮤얼 스마일즈는 인격을 이렇게 정의하였습니다.“인격 이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이며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는 방식이다”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는 방식! 이 무엇일까요? 바로 배려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느끼기에도 꽤 괜찮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좋 아합니다.‘저 사람을 만나니까, 내가 근사한 사람인 것 같아! 저 사람이 나를 대하 는 말투나 행동을 보면, 내가 존중받고 있는 것 같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갑니다.

 일본 역사상 가장 이름 높은 장군이 이시다 미쓰나리라는 장군입니다. 비록 임진 왜란 때 우리나라의 권율 장군에게 패했지만, 일본에서는 최고의 장군으로 손꼽히는 사람입니다. 이시다 미쓰나리는 원래 절에서 심부름을 하던 행자였습니다. 어느 날 막부의 수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절을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심부름을 하는 이시다 미쓰나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차 대접을 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시다는 처음에는 커다란 잔에 따듯한 차를 따라 주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중간 잔 에 조금 뜨거운 차를 따라 주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작은 잔에 아주 뜨거운 차 를 따라 대접을 해 주었습니다.

 이시다 미쓰나리가 세 번 차를 따라 주었는데, 그 때마다 잔의 크기가 달랐고, 차의 온도가 달랐습니다. 이를 기이하게 바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물었습니다.“아니 왜 이런 방식으로 차를 따라 주는가?”그러자 이시다 미쓰나리가 이렇게 대답했습 니다.

 “첫 잔은 목이 마르실 듯하여 빨리 드시게 하기 위해서 커다란 잔에 따듯한 차를 드 렸습니다. 두 번째 잔은 목을 축이셨으니 차의 향내를 맡아 보시라고 중간 잔에 조 금 뜨거운 차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셋째 잔은 두 잔이나 드셨으니 온전히 차의 향 만 음미하시라고 작은 잔에 뜨거운 차를 드린 것입니다”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수없 이 차 대접을 받아왔지만, 이런 세심한 배려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크게 감동한 히데요시는 이시다 미쓰나리를 수하로 삼았고, 일본 최고의 명장을 만들었습니다.

 한 리서치 기관에서“경제, 정계, 학계, 스포츠계, 문화계 각 분야에서 가장 존경 하고 따르고 싶은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를 놓고 800명에게 물었습니다. 그 800명 중에서 85% 이상이,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 가장 존경하며 따르고 싶은 사 람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챙겨주고 진심으로 배려해주는 사람에게 정을 주게 되어있습 니다. 친근함을 느끼게 되어있습니다. 한마디 말을 해주더라도 자기 기분으로 막말 하지 않고, 내 기분과 입장을 고려해서 말해 주기를 기대합니다.“미안합니다. 감 사합니다. 잘했습니다. 당신의 기분은 어떻습니까?”이런 배려의 말을 들으면 마음 이 무장해제 당해 버립니다. 나를 소중하게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버 립니다.

 배려란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배려한다는 것은 내가 만 나고 있는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대접해 주는 접대이며, 그 사람을 존중해 주기 위해 서 자기의 욕망을 줄여나가는 희생입니다. 또한 배려란 사랑을 아름다움으로 승화 시킨 예술적인 표현입니다. 목이 마른 사람에게 음료수를 사주는 것은 인정이고 애 정입니다. 그러나 상대의 입맛까지 파악했다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헤아려 조심스 럽게 건네준다면 이것은 배려입니다. 종이 커피를 뽑아서 건네주는 것도 인정입니 다. 그러나 커피잔이 뜨거울까봐 커피잔을 두 겹으로 쌓아 건네주는 것은 배려입니 다. 고민이 있는 사람의 문제를 들어 주는 것은 친절입니다. 그러나 미소를 머금고 환하게 상대를 수용해 주면서 경청해 주는 것은 배려입니다.

 배려란, 사랑하고 싶은 마음 그 자체가 아니라, 상대의 기분과 취향과 마음까지 헤 아릴 줄 아는 예술적 표현이며, 그 베푸는 손길까지 겸손함으로 포장할 줄 아는 섬 세한 인격인 것입니다.

 

댓글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