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장로
경기북부청 일산서부경찰서에 근무하고 있으며 일터현장에서 앞장서서 섬기고 있다. 헌신적으로 동료직원들을 섬겼던 서울혜화경찰서 선교회장일 때의 모습은 많은 회원에게 큰 도전이 되기도 하였다, 경찰장로선교회에서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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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차가운 새벽. 귀가하지 않는 아버지의 출근길을 따라 흰 눈만이 소복이 쌓인 한적한 시골 뚝방길에 10살짜리 꼬마의 작은 발자국이 하나둘 새겨진다.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아버지를 찾아 헤맬 때 어둠속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반가운 그림자 하나! 새벽예배를 다녀오시는 우리 고모다.
이른 새벽 어두운 길을 혼자 다니는 나를 보며 걱정스러운 듯 고모는 물으셨다. “진영아, 어디 가니?” “네, 아버지가 어제도 안 들어오셔서 아버지 찾으러 가요!” 이런 나를 안쓰러이 바라보시던 고모는 “그러냐? 너 이번 일요일에 나랑 교회가자”라 말씀하시며 성경책을 감싸고 있던 따뜻한 손으로 차갑게 얼어붙은 나의 작은 손을 꼬옥 잡아주셨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술 드시는 게 싫지? 그럼 네가 교회에 가서 아버지가 술 드시지 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 한번 해보렴. 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하나님을 믿지 않았던 어린 나의 마음속에 고모의 그 말씀이 주님의 음성처럼 들려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뚝방길 밑에 술에 취해 쓰러져 잠든 아버지를 발견하고 깨워 집으로 모시고 왔다. ‘왜 우리 아버지는 술을 저렇게 많이 드실까? 다른 집 아버지들처럼 적게 드시면 좋겠다’라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고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길로 고모 손을 잡고 난생처음 교회를 가게 되었고 그렇게 하나님은 어린 나를 만나주셨다.
그렇게 술을 많이 드셨던 아버지는 몇 년 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이제 우리 집은 예수만 믿는다’는 담대한 선포 후 조상 대대로 섬겨왔던 온갖 잡신과 우상들을 수없이 많은 굿판이 벌어졌던 마당에서 모두 던져 불태워버렸고, 나는 우리 가족 모두를 교회로 인도하였다. 우리 가족을 살릴 수 있는 분은 오직 주님뿐이며 그 주님이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가정을 그동안 집어삼킨 미신을 담대히 청산해야 한다는 것을 어린 나는 알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서울 혜화경찰서 신우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매일 아침 8시 신우회원들과 QT모임을 하며 신우회의 부흥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사대문 안에 있는 특성상 집회 신고가 많아 직원들의 심적 부담이 굉장했다. 그래서 대규모 집회가 있는 날엔 QT시간을 활용하여 국민과 동료들이 부상 없이 평화롭게 집회가 마무리될 수 있길 뜨겁게 기도하였고, 이러한 신우회의 모습은 믿지 않는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50년 전 새벽에 만나주신 주님은 30년 공직생활은 물론 나의 인생 모든 순간에 항상 함께 동행하셨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앞장서 인도해주고 계신다. 나의 삶을 돌아보면 주님은 나를 한 번도 외면하지 않으셨다. 어떤 때는 곁길로 가고 싶은 유혹도 있었고, 때로는 진급 누락 등 세상적인 문제들로 좌절하기도 했지만 경찰이라는 사명의 시작과 끝을 완벽한 하나님의 계획안에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 채워주셨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하여 경찰서 신우회 예배도 열리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믿음의 삼겹줄인 신우회 회원들이 단체톡이나 밴드 등 비대면 활동을 통해서라도 하루하루 하나님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리 일산서부경찰서 신우회회원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단체톡을 통해 매일 아침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열며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찰서 신우모임과 예배드리지 못해 조금은 편안해짐이 일상으로 굳어질까 두렵기도 하고 이 코로나가 끝나면 예전의 신우회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신우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있는 곳에서 예수사람을 선하게 실천하고 사랑을 흘려보내면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그 향기 젖었던 많은 영혼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신우회에 관심을 가지리라 믿고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먼저 된 자인 우리 신우회원들이 현실과 가상공간에서 매일 영적 양식인 말씀을 달게 먹고 성령 충만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기쁨과 감사로 감당한다면 하나님은 높임을 받으시고 반사하는 예수사랑으로 우리 주변이 아름다운 반사체로 더욱 아름다운 공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때를 기다리며 오늘도 새벽 아침에 두 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