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화 집사
현.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대학사업센터 디렉터 /새음교회 출석 중 (사단법인기독대학인회 간사로 섬겼고 지금은 최고의 짝으로 주신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주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ESP 월간묵상집 ‘일용할양식’ 2021년 5-6월호 칼럼 <삶을 나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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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그리스도인에게(문애란, 복있는 사람, 2016)』 라는 책이 있습니다. 치열한 광고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저자가 컴패션 활동을 하게 된 배경까지 출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는 조언을 보면서 저에게 출근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반대로 ESF의 간사로서 지내다가 치열한 컨설팅 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삶을 살다 보니 비슷하고도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일터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의미에 대한 담론을 치열하게 논하기보다는 지난 대학 졸업 후 25년의 삶을 돌아보며 몇 가지 관점을 개인적으로 정리하여 나누고 싶습니다.
일터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의미가 일터에서 성경을 펴놓고 전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요즘의 보편적인 인식입니다. 물론 신우회를 조직하고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터에서 복음으로 살아내며 나의 삶을 통해 복음을 증거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손해 보지 않도록 철저하게 딱 돈을 받는 만큼의 몫을 하고, 그 외의 시간에 예배를 잘 드리고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 시대에 공공연하게 그려지는 크리스천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받고 일을 하는 것을 간절히 원합니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면서 간절하게 직장을 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인은 늘 여유와 퇴직을 꿈꿉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달라야 합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우리가 이곳에 서 있는 이유, 이 자리에 서 있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매일의 고백이 결국 전도와 예배가 됩니다. 세상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달려가며 섬기는 사람을 조롱하지만 우리가 다른 모습으로 삶의 자리에 굳게 서 있을 때 세상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게 됩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출근을 하는 이유입니다.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 번은 어떤 건물에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잘 찾지 못해 안내 데스크에 여쭈니 젊은 남자 직원이 매우 불만스러운 얼굴로 ‘저기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매우 교양이 있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벌써 주먹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몇 사람이 그 직원에게 묻는 모습을 보며 그분의 짜증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밖에 말을 할 수 없는 걸까 깊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람은 말과 눈빛으로 (요즘은 마스크 때문에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대부분을 표현합니다. 추가로 부과한 업무에 대해서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가 줘야 할 자료의 마감을 훌쩍 넘긴 시간에 재촉하지 않고 ‘고민이 깊으신 것 같습니다. 혹시 도울 일이 있으면 같이 고민하시지요’라는 우아한 독촉을 받았을 때 진정한 고수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태도로써 많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로서 출근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근 중3이 된 큰 아이에게 2번의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태권도에서 어린 친구들의 품새를 봐주면 좋겠다는 관장님의 부탁에 따라 생애 최초로 주 1회의 일을 하게 된 경험이 그것이고, 그 조건으로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본인의 다짐에 아이디어를 얹어서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의 성적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친구를 돕게 된 것이 두 번째 배움입니다. 가르치는 것인데 배움이냐고요? 그것을 통해서 본인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기에 일을 한다기보다는 배움의 기회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출근하면서 설레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 오늘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어떤 성장이 있을까?’를 기대하면서 맡은 일을 다시 본다면 우리는 이미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출근을 하면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엄마, 오늘도 같이 배우고 올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하나님 나라에 어떤 의미인가요? 오늘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 예수님께서 계신다면 어떻게 하실까요? 예수님께서 지금 회의를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요? 상대방은 지금 어떤 필요가 있는 걸까요? 이 일에서 누구를 위로하고 도와줘야 하는 걸까요? 섬기고 돕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출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발걸음에 질문을 던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