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화 집사

현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대학사업센터 디첵터 / 새움교회 출석중 (사단법인기독대학인회 간사로 섬겼고 지금은 최고의 짝으로 주신남편과 두 딸과 함께 주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문명의 혜택에서 멀던 우리 마을에 편의점이란 신세 계가 펼쳐졌습니다. 소소한 군것질뿐 아니라 급하게 필요한 것 이 있을 때도 얼마나 요긴한지요. 퇴근하고 들어가는 길에 아 이가 마중 나와 아이스크림 하나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사는 재미가 이런 것이구 나 싶습니다. 마을 안에 교회와 학교가 있는 터라 교회 주일학교에서 급하게 필요 한 물건도 편의점에서 종종 구매하곤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 택배를 보낼 일도 많 았는데, 가까운 곳에서 보낼 수 있으니 그 또한 좋습니다. 편의점 하나로 인해 감사 할 일이 많습니다.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보내려고 택배 발송을 할 때의 일이었습 니다. 직접 만나 전달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약 25개 정도의 택배를 보낼 일이 생겼 습니다. 편의점이 있어 정말 좋다고 생각하며 들러서 문의를 했습니다. 친절하기로 소문난 주인분이 안 계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이 계셔서 택배 송장을 미리 작업 해서 올 수 있는지, 비용은 얼마인지 등등을 문의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분이 당황하셔서는 택배를 잘 모른다며 주인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송장을 미리 주라고 하시는 말씀도 듣고 어디에 있는지도 통화를 했는데 잘 찾지 못 하셨고 좀 있다가 다시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1시 40분 정도 되었 는데,‘2시까지가 아르바이트 시간이고 저는 아르바이트이니 제 근무 시간을 넘겨 서 오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방문하여 송장을 받고 다음날 택배를 보내려는데, 그때도 비슷한 시간대라서 같은 분이 계셨습니다. 이번엔 계산이 문제 였습니다. 송장 하나하나를 계산해야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결 국 실랑이 끝에 택배 물건을 두고 2시 넘어 다시 방문을 했습니다. 주인분은 이미 계 산을 마치고 영수증까지 처리를 해 놓으신 상태였습니다.

 그분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자세로 일하고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장 전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 준 것이 지혜로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제가 불편했던 것은‘나는 주인이 아니니까, 나는 아르바이트니까’라는 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고객은 필요 가 해결되길 원하는 것이지, 그것이 주인의 영역이냐 아르바이트의 영역이냐의 문 제는 아니니까요.

 초등학교 6학년으로 마지막 초등을 보내고 있는 둘째의 요즘 고민은 많은 숙제도, 친구 문제도 아닌 학교 어린이 마을활동에서의 직업 문제입니다. 올해 직업 활동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저희 딸은 창업을 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참 좋았지만 사업은 현실인지라 아이디어를 차근차근 구현하기도 전에 직원의 월급이라는 문제에 부딪 혔습니다. 물론 창업 지원금을 2개월간 받을 수 있지만 그걸 다 월급으로만 사용하 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없고,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사업은 탄탄하게 운영할 수 있겠 지만 그동안 월급을 줄 수 없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직원들이 너무 성실하다는 것입니다! 작은 것을 던져줘도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사장님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직원들을 잘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진 것이지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이렇게 좋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라면, 저희 딸은 커 서도 창업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깊이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직원들을 뽑는 단계에서 면접을 보면서(직업에 대한 가치관과 협력에 대한 다짐, 본인의 장점, 기여하고 싶은 부분 등등 제대로 질문을 했더군요) 사장으로서 직원을 보는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렇게 되니 야근을 하고 있던 저에게 전화를 해서는“엄마는 최고의 직원이야. 사장 님이 이걸 아셔야 하는데…”라는 말을 하더군요. 사장님에게 보이려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의 직원이란 그 말이 큰 위로가 되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세상은 주인의식을 말합니다. 내가 주인이란 의식은 어디서나 책임감을 가지고 성 실하게 할 수 있는 토양이 되는 반면에 결과와 열매까지도 내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분명한 선을 그어주십니다. 온 세상의 주인 은 하나님이시며, 우리는 그것을 대리하여 맡고 있는 청지기라는 것을요. 청지기는 주인을 의식하며 주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도 주인에게 맡기는 사 람이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딸에게‘사업은 사장인 네가 하는 것이 아니고 직원 도 하나님이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깊이 인 식하고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아이가 주님과 함께 지는 멍에의 가벼움을 깨닫 게 되길 기도했습니다. 저 또한 오늘도 모든 것을 허락하신, 주인이신 하나님께 감 사하며 겸손하게 청지기로 사는 삶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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