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가 서럽게 우시는 모습을 17살 때 처음 봤다.
아빠는 여동생인 전주 고모와 얘기를 하시다가
참고 있던 울음을 토해내셨다.
아빠 옆에서 잠들었던 난 화들짝 놀라서 깼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아빠를 하염없이 울게 만든 주인공이
엄마였다는 거다. 평소에 엄마에게 애정보다 잔소리와
무덤덤함으로 일관하시던 아빠여서
그 떨리는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이은미《유쾌한 랄라씨, 엉뚱한 네가 좋아》중에서 –

* 시골 교회 목사였던 저의 아버지도 이따금 우셨습니다.
교회 기도실 근처를 지나노라면 아버지께서 꺼억꺼억
울음을 토해내는 소리를 듣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버지가 왜 우셨는지 그때는 잘 몰랐으나
이제는 압니다. 저도 아버지가 되어있고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어있으니까요. 아내 때문에 울고,
자식 때문에 울고, 옹달샘 때문에 웁니다.
우는 것이 기도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댓글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