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화 집사
현.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대학사업센터 디렉터/ 새음교회 출석 중 (사단법인기독대학인회 간사로 섬겼고 지금은 최고의 짝으로 주신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주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주일 설교 말씀으로 범사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언 제나 그렇듯 말씀대로 살아야 하는 순간이 곧바로 찾아왔습니 다. 그날은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한바탕 몸살을 겪은 다음 날이라 여전히 몸이 무겁고 힘들었습니다. 저 의 생각과 열정이 한 꺼풀 꺾인 상태랄까요. 말과 주장, 행동이 뭔가에 조종당하는 듯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 발표를 해야 했습니다. 사업에 대한 의미로나 금액으로나 중요했고, 저희 회사가 가진 전문성과 준비 정도에 있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부담 없이 발표 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발표를 하기 전이나, 고객사를 갈 때면 언제나 기도를 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합니다. 그날도 제안발표를 위해, 그리고 오랜 시간 공들여 분석한 그 대학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결과는 자신하고 있었기에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 간 문득 과연 프로젝트 제안이 실패해도, 그러니까 수주하지 못해도 감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는 것이었습니다.‘아하! 주일 설교 말씀처럼 바라던 상황 이 아니라도 감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시험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1초의 망 설임도 없이‘당연하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감사해야지, 감사가 뭐 어려워?’라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는‘그런 일이 있겠 어?’라는 굳은 확신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따라 엄청나게 발표가 잘 되었습니다. 말하면서도‘왜 이렇게 말을 잘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시간도 딱 맞추어, 정돈된 내용을 적합한 단어로 발표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제안 PT 중 제 기 준에서 가장 잘한 발표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올라올 때까지 도 결과를 의심하지 않았으나, 미처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표된 결과는 탈락이었 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다가 뒤이어 떠오른 생각은 시작 전 했던 기도였습니다. ‘아! 감사!’일단은 감사해야 했습니다.‘주님, 감사합니다’첫 말을 떼는 순간 마 음이 울컥했습니다. 우선은‘감사합니다’로 시작했지만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러운 방향은 아니었던 거죠.
하나씩 감사의 제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미처 마무리 되지 못했는데 겹치지 않아서 감사, 멀리까지 다녀야 했는데 멀리 다니지 않아도 되 어 감사, 다른 더 좋은 고객사를 만날 기회를 주셔서 감사, 제안서를 쓰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연구할 기회가 되어서 감사, 팀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 던 것 감사 등등. 막상 시작하니, 어렵긴 했지만 여러 감사의 제목을 찾을 수 있었습 니다. 그리고 감사제목을 팀원들과 공유했습니다. 다들 충격을 받은 터라 이런 글이 낯설어서‘참 긍정적이시네요’를 비롯해서 칭찬인 듯 아닌 듯, 불만과 조롱 섞인 반 응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은 기도했던 것처럼 억지로 감사했지만 후 회도 같이 몰려왔습니다. 후회의 마음이 들 때마다 감사로 누르면서 마음 깊은 곳에 서는 후회와 감사 사이의 전투가 며칠 동안 계속되어야 했습니다.
며칠 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런 믿음의 싸움이 있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감사 와 후회 사이에서 감사를 찾는 처절한 싸움이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고백했습니다. 후회에 지지 않고 싸움을 싸운 자체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상을 잘 살고 있다는 흔 적 같아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고백을 들어주신 분들은 같이 감사해 주 셨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분이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그래서 다른 더 좋은 프로젝트를 수주했죠? 그런 줄 믿습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우리의 간증은 이런 결론을 원합니다. 이렇게 이렇게 말씀에 순종했더니 더 좋은 것을 주셨다는 극적 반전이지요. 하지만, 나눔을 할 때까지 믿음의 순종에 대한 보 상(?)이라고 확신되는 결과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에는 시간이 갈수록 감사 가 커졌습니다. 결국 믿음의 싸움은 그에 대한 결과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한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경지,‘그리 아니하실지라도’라는 경 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겠지요. 더 좋은 프로젝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무 릎을 탁 치는 숨겨진 반전이 없다 할지라도 말씀에 순종하려는 그 분투의 시간 자체 만으로 하나님께서는 충분한 감사의 은혜를 주신 것입니다.
말씀의 사람들, 말씀으로 사는 사람들, 말씀을 듣는 사람들, 말씀을 의지하는 사 람들, 말씀으로 매 순간 호흡하며 순종하는 사람들, 머리로 받아들인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세상 의 방식으로 해석이 안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법칙에 가둘 수 없는 사람들 이지요. 올 한 해를 바라보며 말씀으로 살기를 기도합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넘 치는 은혜의 고백이 충만한 한 해를 보내시길 축복하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