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한국능률협의회컨설팅 대학사업센터 디렉터 / 새움교회 출석 중(사단법인기독대학인회 간사로 섬겼고 지금은 최고의 짝으로 주신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주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ESP 월간묵상집 ‘일용할양식’ 2021년 5-6월호 칼럼

 

 2022년 5월을 지나 6월, 한해의 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1999년에서 2000년을 맞이할 때 정말로 지구가 멸망하는 것 은 아닐까 괜히 쫄아있던 마음을 부끄러워하며 2000으로 시작 하는 낯선 숫자의 새해를 맞이했었는데, 어느덧 22년이 또 지 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1997년부터 일용할 양식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밀레니얼이 되고도 22년을 지나 26년째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학생 시절 선배들의 손때가 묻은 몇 년 치 공책의 소감집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새벽기도를 몇 년째 꾸준히 하시는 이야기로 자극을 받기도 하면서 나도 ‘몇 년’ 이 아니라 ‘몇십 년’이 지나도 무엇이든 꾸준히 해서 내공을 쌓고 싶다고 생각했 었습니다. 한결같이 마감을 넘기고, 따지고 보면 저보다 글을 잘 쓰는 분이 훨씬 많 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용할 양식의 두 페이지라는 지면을 믿고 맡겨주신 것 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돌아보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간사로 처음 시작할 때부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자라기까지 주님의 제자로 사는 삶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이 고스란히 남은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감이란 장치로 남긴 강제적인 삶의 기록, 어쩔 수 없이 공개된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기도 했다는 것 역시 저에게는 감사한 선물입니다.

 어쩌면 하나님과 함께 가는 삶이 그런 것은 아닐까요. 제가 쓰는 삶의 이야기를 정 성 들여 읽고 응원하고, 그것을 넘어 제 손을 잡고 같이 써주시는. 일용할 양식의 독 자께서 인사하시며 같이 저의 아이들을 키운 기분이라는 말씀을 들을 때 혼자가 아 니란 생각에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벌써 고등학교, 중학교에 들어가 게 되었네요. 함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은 대체로 은근과 끈기가 있는 편입니다. 그중 제가 제일 싫증을 잘 내는 편입니다. 큰아이는 피아노를 9년 정도 쳤습니다. 태권도는 7년째 하고 있는 것 같 네요. 내년에 4단 자격이 되는데 거기까지 가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둘째 아이는 발레를 8년째 하고 있습니다. 가는 날은 늘 힘들다고 하면서도 다른 운동은 싫다고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전공자도 아닌 것을 생각하면 가장 터줏대 감인 것 같습니다. 미술도 8년째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성장 과정 전부 를 보셨지요.

 전에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만 남편은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벌써 몇 권 째 잘 쓰고 있고 최근에는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일상을 남기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가끔 밀릴 때면 며칠에 뭐 했는지를 중얼거리며 꾸역꾸역 쓰는 것 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너뛰는 때도 있긴 하지만, 매일매일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가정예배도 그런 성향들이 모여서 이런 방식, 저런 방식을 시도하며 꾸준히 이어 오고 있습니다. 끊어질 즈음 다시 형태를 바꿔 도전하고,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노력 이 참으로 자랑스러운 우리 가족의 문화입니다. 이런 와중에 저는 꾸준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신혼 때도 아침마다 드리던 가정예배에서 온갖 친척들을 다 부르며 길어 지는 기도에 몸을 배배 꼰 것도 저였습니다. 하루쯤 건너뛰면 어떠냐고 유혹하는 것 도 저이지요.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전국~노래자랑! 빠빠라빠밤~빠밤~ 노래가 울려 퍼지면 몸이 절로 들썩이는 사 이로 송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전국노래자랑과 송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 이이죠. 다른 사람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이제는 이야기 원고를 그만 써야겠다고 의사를 표현했을 때 ESF 대표님이 송해를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아, 이런. 수많은 이유를 생각해 놨는데, 넘 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송해라니요. 그건 반칙이지요. 90세까지 쓰라는 말 씀이신가요. 결국 저는 또다시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일용할 양식의 송해가 되길 꿈꾸며 말이지요.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지만,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다고 했던 바울의 고 백을 떠올려 봅니다.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면 어떤 날은 성공하고, 어떤 날은 실패 하며 일희일비하게 되지만, 좀 더 길게 멀리 보면서 잠시의 실수를 접어두고 걸어가 면 전국노래자랑의 송해와 같이 한결같고 꾸준한 자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경건의 훈련을 날마다 날마다 성실하게 감당하여 천국성장 자랑에서 인 정받길 기대합니다. 또 한 번 상상이 되지 않는 2050년 정도 되어 오늘을 돌아볼 때 우리는 이만큼 꾸준히 걸어왔다고, 그래서 주님을 향해 날마다 자랐다고 자랑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일상을 우직하게 걷는 여러분의 걸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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