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추억도 같이 새록새록 올라 옵니다. 꼬맹이였던 아이들이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10년 은 된 사진인가 봅니다. 12년을 함께 하는 대안학교에 아이들 을 보내고 있기에 가끔 학부모님들이 단체 카톡방에 올려주시 는 옛날 사진은 모두의 역사와 추억이 됩니다. 키 작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 며‘우리 아이들이 이랬구나.’하는 그리움에 젖고, 똑같이 어려 보이기만 하는 젊 은 엄마와 아빠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걸어온 세월이 짧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문득 그 사진을 찍던 날이 생각나네요. 낯설기만 한 신입생의 시절에 부모님들이 친목을 다지려고 모인 가족 모임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큰 소리로 불러 모 아 어렵게 단체 사진 한 장을 남겼었지요. 굳이 사진을 찍어야 하나 생각하던 그때 누군가 말했습니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말이지요. 지금 보니 남은 사진과 함 께 추억과 우리의 젊은 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네요.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인기입니다. 예전에도 스티커 사진, 즉 석 증명사진 등이 있었지만 요즘은 각종 꾸미는 소품과 함께 기계의 기술도 발전했 더군요. 게다가 사진과 함께 출력되어 나오는 QR코드를 찍으면 사진을 찍던 순간 의 동영상까지도 하루 동안은 다운받을 수 있으니 실로 놀랍기만 합니다. 아이들에 게 있어 같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을 남긴다는 의미를 넘어 친밀도의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같이 스티커 사진을 찍은 사이와 그렇지 않은 사이는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면 가족을 매우 소중히 여 긴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입니다.

 반면 제 또래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납니다. 온통 꽃 사진, 하늘 사 진, 음식 사진이지요. 제 핸드폰 사진의 절반 이상은 꽃, 하늘입니다. 음식 사진을 찍 었다가는 아이들이 엄마만 맛있는 거 먹는다고 샘내서 어느 순간부터는 찍지 않게 된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을 올리는 것은 이런저런 보안의 문제로 꺼 려지기도 하고, 나를 찍는 것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꾸 예쁜 것을 찾아 남기 고 싶은 마음에 자연을 주로 찍게 됩니다.

 요즘처럼 아주 짧은 시간만 누릴 수 있는 찰나의 연두색을 보고 있자면 비슷한 사 진을 매년 찍는데도 또다시 핸드폰을 꺼내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자연의 사진 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 담겨 있지만 사연과 추억은 별로 남지 않아서 나중에는 미련 없이 지워버리게 되는 사진 1순위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엄마의 부탁으로 핸드폰 사진을 정리해드리는데 저희 엄마는 당신의 얼 굴을 찍은 사진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머리가 단정하고 평소와 달리 화 장을 하신 모습이었습니다. 여쭤보니 미용실을 다녀올 때면 새로 머리를 한 김에 돌 아오면서 셀카 한 장을 남긴다고 수줍게 말씀하셨습니다. 엄마의 셀카 사진들을 보 고 있자니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오늘의 모습이 최선의 모습이란 자신이 없어서 민 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날이 가장 젊은 날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제 경험으로도,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 셀카를 하나 찍고는 사진을 확인하며‘왜 이렇게 부었지?’했던 그 사진을 지금 다시 보니 지금에 비하면 훨씬 날씬하고 예 뻐 보입니다. 이것이 사진을 해석하는 시간의 마법일 겁니다. 역시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나 봅니다.

 정신없이 봄을 지나고 여름을 맞이하면서 다시 지난 몇 개월을 돌아봅니다. 기록 해두지 않은 사건이 희미해지고, 설레던 기억조차 덤덤하게 바뀌려는 순간이 참 아 쉽기만 합니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2022년을 사는 오늘 하루를 기억하면서 함께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하나님이 순간순간 들려주신 세미한 음성을 기억하고, 죄인 된 나에 대한 깊은 절망 과 탄식을 기억하며, 덮어주시는 은혜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감사의 핸들을 놓지 않 고 오늘 하루 성장의 의미를 해석하며 고스란히 기억하고 싶습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가기만 하면 나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걱정하여 쉬 어가던 인디언들처럼, 하루의 끝에 잠시 멈추고 나의 영혼을 돌아보는 시간이 절실 하게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감사’라는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 어 놓고 하루를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보면 결국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으 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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