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 장로
서울경찰청 종암경찰서 생활안전과장으로 지난 12월은 은퇴했다. 만년 청년같은 순수함과 꾸밈없는 미소를 가지고 늘 부하직원에게 먼저 다가오는 과장이었다. 경찰선교합창단인 폴리엘 합창단 단원으로, 단장으로 20여 년도 넘는 오랜 시간 섬기고 함께했다. 이제 남은 시간 먼저 가 계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면서 경찰선교사로 후배들을 섬길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어느덧 30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돌아보면, 30년 동안 발령장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많이 도 옮겨 다닌 것 같다. 제주청, 인천청, 경기청, 경찰청, 충남 청, 중국유학, 서울청, 대전청, 해외주재관, 그리고 마지막은 서울청에서 새로운 임 지로 발령받아 갈 때마다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 지만, 가는 곳마다 교회와 반가운 선교회원들이 있어서 금방 친해지고 그곳에 적응 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곤 했었다. 군포경찰서 선교회, 경찰청교회, 폴리엘, 베이징 21세기 한인교회, 서울방배경찰서 선교회, 서울청교회, 대전청 선교회, 선양 한인 교회, 서울혜화경찰서 선교회, 서울성북경찰서 선교회, 서울노원경찰서 선교회, 서 울영등포경찰서 선교회, 서울동대문경찰서 선교회, 서울강북경찰서 선교회, 그리고 서울종암경찰서 선교회까지.
잠시 눈을 감고 지난날을 떠올리면, 선교회원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아침 QT시간 을 정해 몇몇이 모여 말씀을 묵상하고 나누었던 순간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여전히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하나님께서도 성도의 삶을 평가하실 때, 그 사람의 예배 시간, 말씀묵상, 기도시간, 찬양의 모습 등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들을 기억하시고 칭찬하실 것 같다.
이제 또 새해를 맞아 새로운 진로를 위해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인도하심을 구하 며 기도하고 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서 예전에 포도농사를 지으신 적이 있는데, 가끔 휴가 때 내려가서 포도농사를 잠시나마 도와드리곤 했었다. 하루가 다르게 무 성하게 뻗어나가는 포도 순을 정리하면서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포도나무는 반드시 그해 봄에 난 새순에서만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 는다는 것이었다. 포도나무는 성경에도 자주 나온다.“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 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 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한복음15:5).”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 순간 마음에 번뜩 한 가지 깨달음과 함께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포도나무도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봄마다 새순을 부지런히 내고 있는데, 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니 묵은가지만 가득하고‘새순’을 거의 틔우지 못하고 있 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새순’을 틔우는 삶으로 나아가려면, 항상 준비된 마음으로 때로는 새로운 환경 으로, 때로는 낯선 사람들에게로 다가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저 높고 높 은 하늘에서 이 낮고 낯선 땅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과 사랑을 본받아서.
2022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출발 선상에 있다. 새로운 마음으로‘새 순’을 틔우기에 적합한 때가 된 것이다. 아브라함, 야곱, 모세 등 믿음의 선진들이 낯선 환경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새해 새롭게 마주하게 될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믿음 안에서 바라보고 기도하며 나아갈 때임을 깨닫는다.